많은 사람들이 썸이라는 관계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썸이란 공식적인 연인 관계가 아니므로, 그 어떠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편리하고, 어쩌면 유용한 썸.
연애하기 이전에 썸의 기간을 거치는 게 대세가 된 요즘,
썸 없이 시작되는 연애 이야기를 접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썸이란 연애로 이르기까지 겪는 알콩달콩 심장이 간질거리는 미묘한 순간인 것인가 하면은 그것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념할 의무가 없는 썸은, 사실 훗날의 연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썸이 마치 연애로 가는 꽃길인 마냥 착각하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말해두지만, 썸이란 그저 연애까지 하기에는 확신이 부족하다 느끼는 사람들이 잠시 시간을 두고 알아보는 탐색과정일 뿐이다.
즉, 당신을 평가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사귀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나와 썸을 타고자 했던 썸원이 있었다.
그의 자취집에서 나는 그가 해주는 저녁을 먹었고, 나는 어플에 접속해 밀렸던 답장을 보냈다.
"너 왜 자꾸 어플해?"
내 폰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가 물었다.
"응? 어플이 왜? 우리 아직 사귀는 사이 아니지 않아?"
"맞아, 안 사귀는 거야."
"그럼 어플해도 상관 없는 거 아니야?"
" 그럼 나랑 안 사귈 거야?"
순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사귀면 사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사귈 거라니. 사귈 거라는 말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긴 하나?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이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모르는 거지."
그날 밤, 첫만남 때 내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알아가 보자고 말했던 그가, 내게 고백했다.
썸은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깊숙이 알아가는 일종의 평가 과정이자 체험판이다.
이 사람이 나의 연애 대상으로 적합한 사람인지, 잠시 동안 다른 사람과의 연애의 기회를 포기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그리고 평가의 과정에는 대상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비교 또한 빠질 수 없다.
지금 이 사람에게는 아직 확신이 없지만, 바로 확신을 안겨줄 다른 이가 내 삶에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썸에는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간섭할 수 있는 권리가 서로에게 없다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다.
끝내 관계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겠다면, 확신이 없는 연애를 위한 고백을 감행하는 수밖에 없다.
마치 그날 밤 내게 고백한 그처럼.
굳이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썸의 끝에서 그 사람이 나를 고르지 않을 수도, 내 쪽에서 상대를 고르지 않을 수도 있다.
썸이란 결국 연애 이전 단계까지의 호감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썸을 탄다고 해서 반드시 연애로 이르는 것이 아니다.
호감은 있지만, 확신은 없는 것, 그것이 썸이다.
책임은 없고, 설렘만 있는 썸 자체를 즐기겠다면, 즐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나는 즐겁지 아니하지만, 자기가 즐겁다는데 뭐 내 쪽에서 어쩌겠는가.
그러나 훗날의 연애를 도모하기 위하여 썸을 택하는 사람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썸은 그저 썸일 뿐이라고. 썸은 언제든 아무 것도 아닌 사이가 될 수 있는 관계라고.
마찬가지로 언제든 아무 것도 아닌 사이가 될 수 있지만, 아무 것도 아니었던 사이는 될 수 없는 연애와는 다르게 말이다.
To. 썸원
썸을 타는 사람은 누군가의 특별한 The One이 아닌, 그저 어러 명 중에 분명치 않은 아무나 한 명일 뿐인 Someone이지.
너는 우리의 썸이 이미 확정된 연애로까지의 여정 정도라 생각했겠지만,
아니 나는 그동안 계속 다른 남자들을 알아가고 있었어.
너 또한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없고.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닿았을 때 비로소 고백을 하던 너.
그래 그 사실을 잊지 마.
우리는 몇 번의 순간만으로도 저 멀리 달아나버릴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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